부처님 오신날 "연등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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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암사 작성일11-04-02 11:59 조회17,559회 댓글0건본문
[연등공양의 의의]
불교에서는 등불을 지혜에 비유하며 부처님께 올리는 등 공양을 매우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범어로는 dipa,diaata라 합니다. ‘빛나는’이라는 형용사로 자기의 마음을 빛내고 바르게 하는 동시에 불덕(佛德)을 찬양하고 원만 광대하시고 대자비하신 부처님을 더욱 즐겁게 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굳게 하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燈)은 어둠을 밝히는 것입니다. 캄캄한 밤에 불이 없다면 우리 인간이 살아 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괴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마음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어둔운 마음을 무명(無明)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무명에 가려진 마음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탐심과 진심과 치심으로 인하여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연등(燃燈)을 밝히는 것은 바로 마음 속의 무명을 환하게 밝혀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숙업(宿業)을 밝은 연등 아래 모두 환하게 밝히고자 함입니다.
우리는 매일 불을 밝혀야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전깃불을 켜야 하고 거리에서는 가로등을 켜야 합니다. 어두움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절에 오면 촛불을 켜고, 일년 365일 인등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이렇게 연등을 밝히기 위하여 모두 등을 달았습니다.
이렇게 절에서 등을 밝히는 것은 바로 지혜를 얻기 위함입니다. 캄캄한 길을 등불 없이 걸어갈수가 없듯이 무명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나의 마음에도 가득 차기를 기원하면서 연등에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연등공양의 기원]
오늘날 연등공양이 어떻게 장엄한 불교의 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궁금하실것입니다. 등을 밝히는 것은 연등(燃燈)이라 하고, 그 밝힌 등을 보며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 하는데, 부처님 당시부터 시작된 중요한 불교의식의 하나입니다.
<아사세왕수기경>에 보면 연등공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아사세 왕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권력이 탐나서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어 인도대륙을 통일하는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큰 업적이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야했습니다. 아사세왕은 자신의 죄를 조금씩 느껴가면서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 몸에 종이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라의 유명한 의사를 불러 와서 치료를 했지만 병은 점점 약화되어 갔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버지를 해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저는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참회하나이다.” “지금이 바로 자신을 돌아보아 참회할 때이니라, 지금 이 순간 때를 놓치지 말고 참회하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이 있을지라도 바로 고치면 훌륭한 사람이니라.“ 아사세왕은 이러한 진실한 참회를 통하여 흉하기만 하던 종기가 말끔히 낫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사세왕은 훌륭한 불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을 궁궐에 모시고 법문을 들으며 공양을 올렸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궁궐에서 기원정사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사세왕은 자신의 마음의 무명을 밝혀 주신 부처님께 연등공양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사세왕은 자신의 궁궐에서 시작하여 기원정사까지 수많은 연등을 밝히게 되니 그야말로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불자들은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상징하는 연등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부처님 오신 나 연등에 관한 기록은 고려 의종 때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에 점등한 것이 최초입니다. 그 후 궁중에서도 사월 초파일날 연등이 밝혀졌다고 하며, 공민왕은 초파일날 직접 연등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일반 서민층까지 연등공양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수많은 연등회 행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연등을 밝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 당시 사위성에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너무나 가난해서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매일 이집 저집 다니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갔습니다. 어느 날 성안이 떠들썩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아사세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스님들께 옷과 음식과 침구와 약을 공양하였는데 오늘 밤에는 연등을 공양하여 연등회를 연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여인은 생각하기를 아사세왕은 많은 복을 짓는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여인은 연등을 밝히고 싶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겨우 5푼을 얻어 기름집으로 가서 기름을 샀습니다. 기름집 주인은 거지같은 여인이 돈 5푼을 가지고 기름을 사려고 하자 “왜 먹을 것을 사지 않고 기름을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때 이 여인은 이렇게 답변하고 있습니다.
“백 겁 동안 단 한 번 부처님을 만나기도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부처님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 나는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을 만나고도 가난하여 공양을 올리지 못했는데, 이제 저도 정성어린 등 공양을 올리어 미래세에 생사의 괴로운 세계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로 향하는 양식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입니까?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오늘 여러분들도 부처님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공양도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등공양을 올리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바로 간절한 마음입니다. 연등고양의 인연이 미래세에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로 향하는 양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기름을 사서 부처님이 다니시는 길목을 밝히면서 간절하게 발원하였습니다.
“이 기름으로 조금밖에 못 켤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미래 삼계에 생사의 괴로운 세계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로 향할 수가 있다면 이 등불은 밤새 타오를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다른 등불은 모두 꺼졌으나 여인의 등불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 목련 존자가 등불을 끄려고 했지만 그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목련 존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 두어라. 이것은 미래불의 광명의 공덕으로 너의 신통력으로는 끌 수가 없다. 이 등을 밝힌 여인은 과거에 백팔십 억의 부처를 공양하여 성불의 예언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경법(經法)을 가르쳐 인도하기만 하고 아직 보시의 수행을 못하여 금생에 가난하게 태어나 재물을 못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정성어린 연등공양을 통하여 보시의 수행을 만족하였다. 이제부터 삼십 겁 후에 모든 공덕을 완전히 갖추고 수미등광여래불이 될 것이다. "
[연등공양의 공덕]
우리는 가난한 여인의 등 공양 과정을 살펴보면서 공덕의 무량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첫째, 등 공양은 모든 정성이 깃들어야 공덕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가난한 여인의 작은 등불 하나는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정성이 깃든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성이 깃든 등은 여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던 어두움을 환하게 밝히고 외로움과 가난의 업(業)을 녹여버릴 수 있었습니다.
둘째, 등 공양을 올리면서 간절한 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가난한 여인은 등불을 밝히면서 간절한 원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가난하여 보잘 것 없지만 미래세에는 반드시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하게 발원하였던 것입니다. 불교는 원을 세우는 종교입니다. 자신의 원의 실현을 통하여 깨달음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등 공양은 장차 성불할 것이라는 수기를 받는 것입니다.
원을 세우고 등 공양을 올리고 나니 그 등은 결국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아침에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신통력으로 등을 끄려 하였지만 등은 꺼지지 않고 우주가 이 한 등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부처님으로부터 미래의 부처님으로 수기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연등공양의 공덕이 참으로 무량함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모두가 연등을 밝히고 부처님의 지혜의 광명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말고 연등공양의 의미와 공덕을 생각하면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무진등(無盡燈)을 밝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래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정성들여 등 하나 공양 올리고 고해망상에서 깨어나 관등(觀燈)에서 얻어지는 법열(法悅)을 느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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